[무진암 무진스님의 즉문즉답]

15.내일 찾아올 손님을 기쁜 마음으로 기다려야 합니다.

[즉문]

스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려고

생산직 면접을 갔다 왔습니다.

이력서를 보면서

제 얼굴을 보더니,

볼펜만 굴리던 체력으로

공장 일을 할 수 있겠냐고 합니다.

그저 의욕만 있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면서

면접 내내 설교만 듣다가

다시 돌아오고 말았네요.

앞에서 말도 못하고,

뒤에서 구겨진 저를 보니까

제 앞가림도 못하면서

어떻게 그런 용기를 냈는지,

가슴이 답답해서

잠이 오질 않습니다.

[즉답]

삼보에 귀의하옵고,

이 곳 무진암을 찾아주시어 감사드리며,

이렇게 인연을 맺어준 부처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여인숙"이라는 시가 있습니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여인숙과 같다.

매일 아침

새로운 손님이 도착한다.

기쁨, 절망, 슬픔

그리고 약간의 순간적인 깨달음 등이

예기치 않은 방문객처럼 찾아온다.

그 모두를 환영하고 맞아들이라.

설령 그들이 슬픔의 군중이어서

그대의 집을 난폭하게 쓸어가 버리고

가구들을 몽땅 내가더라도

그렇다 해도

각각의 손님을 존중하라.

그들은 어떤 새로운 기쁨을 주기 위해

그대를 청소하는 것인지도 모르니까

어두운 생각, 부끄러움, 후회,

그들을 문에서 웃으며 맞으라.

그리고 그들을 집 안으로 초대하라.

누가 들어오든 감사하게 여기라.

모든 손님은

저 멀리에서 보낸 안내자들이니까!

나에게 찾아온 손님은

과거에 진 빚을 갚기 위한 업연으로

항상 이롭기만 바라는 것은

어리석은 욕심이 됩니다.

만물이 자연에 순응하듯이

조금씩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본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의 의지로 포용해야 합니다.

우리의 마음은

라디오 안테나와 같아서

동일한 주파수를 끌어당기는 힘이 있습니다.

괴로운 마음은

자꾸 괴로워해야 할 일이 생기고,

미안한 마음은

자꾸 미안해야 할 일이 생기고,

고마운 마음은

자꾸 고마워해야 할 일이 생기지요.

희망의 시련을 잘 보내면

절망의 시련은 곧 지나가

다시 밝은 빛으로 돌아옴이라,

지난한 고통의 시간동안

자꾸 이루어진다는 마음을 내어

긍정적인 기운을 일으켜야 합니다.

오늘 온 손님이

모나고 서툴더라도

내일 찾아올 손님을 

기쁘게 기다리는 마음으로

청명한 하루를 살아가야 함이니,

그 간절함을 방편으로 삼아

본인의 믿음을 확고히 하시어

내일의 희망을 이뤄가시길 바랍니다.

이 곳, 무진암에서

항상 부처님과 팔부신장님이

법우님을 옹호하시기를 축원합니다.

성불하세요.

나무마하반야바라밀

나의사찰 무진암 무진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