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암 무진스님의 즉문즉답]

27.내 삶의 속도에 맞춰 나로서 나아가시길 바랍니다.

[즉문]

스님,

함께한 인연이

자꾸만 어긋납니다.

친하던 사람들이

짠듯이 외면하기도 하고,

새로운 사람들이

때때로 찾아오기도 하지만,

어느샌가

저만치 멀어져 있네요.

이제 일도 사랑도

결실을 맺어야 하는데,

대체 뭘 잘못한 걸까요?

[즉답]

삼보에 귀의하옵고,

이 곳 무진암을 찾아주시어 감사드리며,

이렇게 인연을 맺어준 부처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모든 인연은

나로부터 시작됩니다.

내가 좋지 않을 때는

귀인으로 생각한 인연이

때때로 나를 해하는

악연이 될 수도 있고,

내가 좋아지려 할 때는

매몰차다고 생각한 인연이

오히려 나를 살리는

선연이 될 수도 있지요.

부처님의 법에 이르기를

인간 세계는

적당히 괴롭고 즐거워서

불법을 수행하기,

가장 좋은 곳이라고 합니다.

어떠한 잘못인지,

나로서 알 수 없다면

아, 내가 지금

전생의 업으로 인해

이 어두운 터널을

통과해야 하는구나!

오히려 복을 짓는

수승한 기회로 여기시어

나 자신을 하심(下心)으로

겸손하게 낮춰야 하겠습니다.

걸음이 느린 달팽이를

급하게 재촉하지 않듯이

조급한 마음을

채찍질 하지 말고,

어긋난 인연에

애타게 마음 쓰지 말고,

꿈꾸는 미래를

서둘러 포기하지 말고,

내 삶의 속도에 맞춰

나로서 나아가면 되는 것이니,

현재의

불안함에서 벗어나

온전한 행복을

이뤄가시길 바랍니다.

이 곳, 무진암에서

항상 부처님과 팔부신장님이

법우님을 옹호하시기를 축원합니다.

성불하세요.

나무마하반야바라밀

나의사찰 무진암 무진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