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익숙함에 대한 자만심이 화를 키우는 것입니다.

[즉문]

스님,

기도하고 있는데,

이상한 일이 있어서요.

예전에 좋지 않았던 상황과

그 때의 감정이 되살아나면서

갑자기 화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곧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기도를 시작했지만,

오히려 저를 괴롭히는 건 아닌지

괜히 걱정도 되고, 조금 두렵기도 하고,

마음이 싱숭생숭합니다.

[즉답]

삼보에 귀의하옵고,

이 곳 무진암을 찾아주시어 감사드리며,

이렇게 인연을 맺어준 부처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어떠한 현상에

너무 반응하지 마시고,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세요.

잡념을 버리고,

기도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내면 깊숙한 곳에서

번뇌나 망상과 같이 

각각의 형태로 마장이 따라옵니다.

마장이란,

마구니가 수행을 방해한다는 의미이나

흉악한 사탄이나 마귀,

또는 악귀가 깃들어서

우리의 수행을

방해하는 것은 아닙니다.

과거의 잘못되고,

어리석은 생각을 버렸다고 여겼는데

그 뿌리가 사라지지 않고,

내면에 묻혀 있다가

다시 되살아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갑자기 안 좋은 일들이

일어나기도 하고,

평소에는 하지 않는 실수를

하기도 하면서

인내심과 근기를

시험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합니다.

익숙함에 대한 자만심이

화(火)를 키우듯이

고통스러웠던 마음에

점차 평온함이 찾아오자

어느 순간 안도감에 취해서

허우적 되는 것입니다.

단기간에 무엇인가

성취하고자 하는 마음과

이 정도면 이제 좋아지겠지!

라는 생각을 내려놓으시고,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정진하여야 합니다.

기도란

단순히 복을 구하는 행위가 아닌

변덕스러운 마음을 잠재우고,

지난한 하루의 일과를

참회하는 수행입니다.

헛된 생각과 행동을

되짚어 반성하는 동안

서서히 나쁜 기운이

정화되는 것이며,

내 마음도 편안해지는 것입니다.

마장은 자신의 의해서

생멸(生滅)하는 하는 만큼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의 마음인 것이니,

어제와 같은 마음으로

집중하시길 바랍니다.

이 곳, 무진암에서

항상 부처님과 팔부신장님이

법우님을 옹호하시기를 축원합니다.

성불하세요.

나무마하반야바라밀

나의사찰 무진암 무진합장